2023년 4월 2일 일요일, 오펙 플러스는 기습적으로 석유 감산을 발표했다
사우디는 미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번에 사우디가 미국의 뜻을 거스르고 감산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앞으로 국제 정세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등 많은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70달러였던 WTI 가격이 80달러로 급등했다.
사우디는 2022년 11월에도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200만 배럴 감산을 발표했다. 오펙 플러스의 석유의 감산 추이는 아래 그림과 같다.
참고로 전세계가 하루에 사용하는 석유의 양은 약 1억 배럴이다. 이번 감산 발표로 인해 2022년 10월 이후 오펙 플러스에서 감산하는 석유의 총량은 366만 배럴이다. 1억 배럴 기준으로 약 3.7%라고 할 수 있다. 석유는 매우 타이트하게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3.7%는 매우 큰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산 발표를 하자마자 석유 가격이 10%이상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중이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조금 주춤해졌기는 하지만 그래도 물가상승률이 6%이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다. (아래 그림 참고)
그렇다면 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가였던 사우디가 미국의 뒤통수를 쳤을까?
우선 미국과 사우디는 과거 어떤 관계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1971년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닉슨 대통령은 미국 달러와 금 사이의 태환 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이는 브레튼 우즈 제의 붕괴를 가져왔고 결국 각국 통화에 대해서는 변동 환율 체제를 가져왔다.
이때 미국은 자국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었던 석유의 결제를 달러로만 할 수 있도록 사우디와 협상을 하는데, 그때 협상을 했던 사람이 바로 헨리 키신저다.
미국은 그당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우디를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는 조건 하에 석유 결제는 달러로만 하도록 결제체제를 만들었다. 이를 페트로 달러체제라고 한다.
고정환율제 붕괴 이후 사우디와 미국은 서로 도와주는 관계가 되었더.
미국은 군사력을 통해 사우디의 안보를 지켜주고, 사우디는 석유를 판매할 때 반드시 달러로만 결제하게 해서 달러의 지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페트로 달러 체제의 시작인 것이다.
그 때 이후로 미국과 사우디는 강한 동맹국가가 돼었다. 에너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했고, 그때마다 사우디는 미국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미국의 말을 잘 들었던 사우디가 점점 미국과 멀어지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 사건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 결정적 사건
1. 셰일 혁명과 미국의 배신
: 2014년 1배럴에는 100달러가 넘던 유가가,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인해 원유의 공급이 넘쳐나게 되었다. 당시 미국은 일 생산량이 약 800만 배럴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석유가격은 2016년에 1배럴에 30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사우디는 더이상 저유가를 버티기가 어려워 미국에 석유의 감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은 자유시장경제체제라서 민간의 석유 생산을 강제로 조정할 수 없다" 라고 답변을 한다. 결국 사우디의 요청을 무시한 것이다.
사우디는 과거 미국이 증산을 요청하거나 감산을 요청할 때 항상 들어줬는데, 정작 사우디가 요청할 때 미국은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사우디는 자국이 어려울 때 미국은 도와주지 않고 배신을 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중동 정책 변화 (이란 핵합의 복원)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더이상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즉 에너지 자립국이 된 것이다. 이 시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과거처럼 에너지를 중동에 의존하는 것도 아닌데, 중동에 너무 많은 자원을 쏫아붇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동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것이 바로 "이란 핵합의 복원"이다.
이란(시아파)과 사우디(수니파)는 종파도 다를 뿐더러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다. 특히 1979년에 들어선 이란의 혁명정부는 사우디 등 수니파 왕정 자체가 교리를 어긴 것이라고 생각, 왕정을 타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우디는 이란을 항상 경계해왔다. 왜냐하면 이란은 과학기술도 상대적으로 발달했고, 원유 매장량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높았던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동에 투입하는 자금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페트로 달러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그 방안으로 "이란 핵합의 복원" 카드를 쓴 것이다. 사우디는 이란과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 군사적으로 더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미국은 자국의 무기를 사우디에 팔면서 중동에 투입하는 자금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오바마의 이러한 중동 정책으로 인해, 미국과 사우디의 사이는 한단계 더 멀어져갔다.
3.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미군 철군 결정
시리아는 국민의 25%가 시아파인데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75%는 수니파인데 시아파에게 핍박을 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리아에 내전이 발생했는데, 미국은 시리아의 수니파인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었다.
사우디는 스스로를 수니파의 맹주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시리아에서 수니파가 핍박을 당하고 있는 것에 나름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사우디의 혈맹국가인 미국이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 나름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는 것이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더이상 쿠르드족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고 철군을 결정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는 미국이 언제라도 사우디의 가치가 없어지면 배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심을 하게 된다.
4.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 는 발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 2018년 언론인 암살배후로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그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사우디는 왕권 국가로 가장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가 다스리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신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등 "개혁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었으나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압박과 비난을 받으며 이미지 타격과 개혁 차질을 빚었다.
그 결과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위와 같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갔다. 국제 사회는 정말 냉정한 것 같다.
최근의 사우디의 행보를 보면, 이제 사우디도 더이상 미국에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독자 노선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우디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페트로 달러 체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사우디는 정말 미국을 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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